세상이 어수선하다. 미국 경제는 한 번 잦아들던 불길이 다시 타오르는 모양새다. 누구나 지갑 사정을 살피며 발을 동동 구르는 이 시점에, 워싱턴과 월가에서는 각자의 ‘큰 그림’이 도박판 위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승자는 아직 없다. 모두가 지켜보는 이 경제 드라마 속에서, 우린 다음 회차의 예고편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숨죽이고 있을 뿐이다.
다시 깨어난 인플레 유령
자, 경제의 흐름을 잠시 정리해 보자. 미국의 10월 개인 소비 지출(PC) 물가 지수는 전년 대비 2.3% 상승했다. 2.1%였던 지난달보다 높아진 이 수치가 불길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준(Fed)은 “이 정도는 예상된 반등”이라며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시장은 그렇지 않다. 투자자들의 손끝은 여전히 떨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라는 분석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며, 한숨도 길어진다. “뭐, 괜찮을 거야”라고 말하기에는 근원 물가 지수(에너지, 식품 제외)가 여전히 상승 중이다. 수치만 보면 괜찮아 보일 수 있겠지만, 정작 사람들은 은근슬쩍 오른 음식값, 연료비에 이마를 짚는다.
GDP가 보여준 ‘어중간한’ 희망
어디선가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다. 3분기 GDP 성장률이 2.8%로 집계됐다는 거다. “속보치와 같아 다행”이라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것만으로 모든 불안을 달랠 순 없다. 소비자 지출이 여전히 미국 경제의 동력임을 입증했지만,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뒤따른다.
소비는 활발하지만,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그 활활 타오르는 소비가 오히려 불길일지, 아니면 빛일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은 소비한다. 하지만 그것이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진짜로 쓸 돈이 있기 때문인지, 그건 모른다.
반도체 시장의 비극: 델, HP, 그리고 엔비디아
반도체 업계는 또 한 번 쓴맛을 보고 있다. 델과 HP, 두 거대 기업이 나란히 12%씩 주가가 급락했다. “이게 무슨 소리야?”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투자자들에게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PC 시장이 안 팔려서 그렇다.”
HP는 4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했지만, 시장은 냉담했다. 델은 그저 매출 예상치를 충족하지 못했을 뿐인데, 주가 하락은 매섭다. 반도체 주식들도 덩달아 내려갔다. 엔비디아 같은 대장주조차 발목을 잡히는 모양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 또 시작?
이 와중에 트럼프가 무대를 다시 점령하려 하고 있다. 트럼프 인수위는 SC 위원장 후보로 친기업 성향의 폴 에킨스를 검토 중이다. 이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시장은 이미 그의 이름에서 반독점 규제 완화, 암호화폐 친화 정책을 떠올리며 소란스러워졌다.
트럼프는 멕시코와 캐나다, 그리고 중국을 겨냥한 관세 카드도 꺼냈다. 당장 외환시장은 들썩였다. 페소화는 달러 대비 2% 하락했고, 캐나다 달러는 4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중국 위안화 역시 불안감 속에 고꾸라졌다.
스타벅스는 왜 쓰러졌나
커피 한 잔의 여유조차 사라지는 걸까. 스타벅스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출이 주춤하자, 직원 보너스 규모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블룸버그는 “스타벅스가 이제 친절함과 따뜻함 대신 ‘절약’이라는 이름의 쓴맛을 보여줄 것”이라 전했다.
중국에서는 현지 커피 브랜드의 공세에 밀렸고, 미국 내에서는 소비자 서비스 품질 논란과 불매 운동이 발목을 잡았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스타벅스는 영업 이익이 전년 대비 88% 감소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