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는 무너졌다.”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 상승하며 예상치를 상회했다. 단 0.1%p 차이지만,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4.6%를 돌파, 증시는 요동쳤고 투자자들의 기대는 급속도로 식어갔다.
전날까지만 해도 월가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이제 금리 인하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말하던 전문가들은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꿨다. “연준이 올해 금리를 아예 안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급부상하며 시장 분위기는 급랭했다.
“금리를 내려라!” vs “그럴 생각 없다”
기름을 부은 건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다. CPI 발표 직전, 그는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에 “금리를 낮춰야 한다. 관세와 함께 간다”라고 적었다. 연준을 향한 또 한 번의 공개 압박이었다.
하지만 파월 연준 의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원 청문회에서 그는 단호했다. “지금은 금리를 내릴 때가 아니다”, “우리는 데이터를 보고 판단한다”고 못 박았다.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트럼프의 개입을 일축한 셈이다.
이 같은 신경전은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연준을 향해 지속적인 공격을 퍼부을 것이고, 파월은 완강한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 5% 반등… “이번엔 진짜 바닥?”
CPI 충격 속에서도 반등에 성공한 종목이 있었다. 테슬라(TSLA.O)였다.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곤두박질치던 주가는 하루 만에 5% 뛰어올랐다.
반등의 배경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벤치마크가 “투자 의견 유지”를 발표한 것. 또 하나는 3월 출시 예정인 모델 Y ‘주니퍼’ 모델과 6월 공개될 로보택시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반등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제 막 상승세를 탔다고 보기엔 무리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 인상 공포… 원유·금 하락, 비트코인 급락 후 반등
CPI 충격에 원자재 시장도 출렁였다.
국제유가는 2% 하락하며 배럴당 71달러 선까지 밀려났다.
금값도 하락, 투자자들이 안전자산 대신 달러를 선호하면서 가격이 내려갔다.
비트코인은 CPI 발표 직후 급락했지만 다시 97,000달러 선을 회복하며 변동성을 키웠다.
우크라이나 전쟁, 새로운 국면? 트럼프-푸틴-젤렌스키 연쇄 통화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즉각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곧바로 그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통화하며 “평화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 역시 움직였다. 스콧 벤센 미 재무부 장관이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핵심 광물 자원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가 “금리 인하 기대 접어라”… 시장, 어디로 가나?
이번 CPI 발표로 인해 연준이 올해 금리를 아예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30%까지 치솟았다. 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한두 번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CPI 발표 직전만 해도 “5월이나 6월엔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금리가 더 오래 유지될 것”, “올해 한 차례 인하도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월가는 더 이상 연준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 대신, 기업 실적과 개별 종목에 대한 접근법을 수정하며 “이제는 방어적인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다가오는 이벤트, 시장의 새로운 변수
시장은 여전히 변동성을 안고 있다. 내일(현지시간 14일) 발표될 미국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30년물 국채 입찰 결과가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발표할 ‘상호 관세’ 정책도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특히 자동차와 제약 산업을 예외로 둘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시장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CPI 쇼크로 깨진 기대는 다시 복구될 수 있을까? 아니면 더 큰 혼란을 앞두고 있는 걸까? 다음 주 시장의 반응이 모든 걸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