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이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중국을 겨냥한 추가 관세 부과를 공식화하자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흔들렸다. 여기에 시장의 기대감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한 엔비디아마저도 주가가 폭락하면서 기술주 전반이 급락세를 보였다.
트럼프, “3월 4일 관세 부과” 선언… 캐나다·멕시코 반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한번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3월 4일부터 캐나다, 멕시코, 중국을 대상으로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가 예고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강력 반발했다. 캐나다 총리는 “미국이 관세를 발효하면 즉각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경고했다. 유럽연합(EU)도 트럼프의 대(對)유럽 자동차 관세 추진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무역 갈등 속에서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와의 석유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자 원유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며 유가가 2% 이상 올랐다. 반면, 금 가격은 달러 강세 속에 2,890달러 선으로 밀려났다.
엔비디아 쇼크… “호실적에도 6% 하락”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의 주가는 6% 넘게 하락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예상을 뛰어넘었지만,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지나치게 높았던 탓에 ‘실적 서프라이즈’가 오히려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월가에서는 엔비디아의 거품론까지 제기됐다. CNBC는 “AI 반도체 시장이 이미 고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자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의 하락과 함께 AMD, 브로드컴,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글로벌 증시 ‘휘청’…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음 커져
미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0.45% 떨어졌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78% 급락했다. S&P500 지수 역시 1.59% 하락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여기에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4만 2천 건으로 집계되면서 경기 둔화 신호가 감지됐다. 4분기 GDP 성장률은 2.3%로 예상과 부합했지만, 근원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가 상승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채 시장도 출렁였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4.27%로 하락했으며, 달러 인덱스는 117선까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경기 둔화 조짐이 맞물리면서 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시장의 방향은?
시장 참여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늘 밤 발표될 미국의 PCE 물가지수가 향후 연준의 금리 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트럼프의 추가 관세가 실제로 시행될지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글로벌 투자자들은 “지금이 변동성을 이용한 매매 전략을 펼칠 때”라고 분석한다. JP모건은 “기술주가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장기적으로 AI 시장의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반도체 관련주의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트럼프의 무역 정책, AI 시장의 거품 논란, 경기 둔화 신호까지… 투자자들은 격동의 한 주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