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막혔고, 일본은 열렸다
어제 밤, 기습적으로 날아온 한 뉴스가 반도체 업계를 뒤흔들었다. “HBM 수출 규제.” 단 몇 줄로 끝난 보도였지만, 그 무게는 한국 경제와 기술 산업 전반을 덮을 만한 거대한 먹구름이었다. 한국의 HBM 수출길이 막힌 반면, 일본은 규제에서 제외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가 떠올랐다. 왜 일본은 괜찮고 한국은 안 되는 걸까? 이유는 간단했다. 정치가 경제의 룰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정치가 경제를 지배한다: 설마? 아니, 현실이다
정치가 경제를 지배한다는 말은 이제 더는 영화 속 대사로 끝나지 않는다. HBM은 단순한 반도체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AI의 뇌이며, 미래 전쟁의 도구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 논리는 “그냥 설마”일 뿐이었다. 설마 미국이 이런 정도까지 통제하겠어? 설마 중국을 이렇게 몰아붙이겠어? 설마 한국을 제외시키겠어? 하지만 현실은 설마를 웃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꼽는다. 전쟁이 일어나면 따뜻한 밥 한 끼도 중요하지 않다. 전쟁에서 경제는 2순위로 밀리고, 오직 정치만이 우선된다. 미국은 이미 이런 마인드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으며, 한국이 그 사이에 끼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HBM: 길을 잃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이번 규제로 인해 커다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HBM의 큰 비중을 중국에 수출했지만, 이제 그 길이 막혔다. 당장은 영향이 미미할 수 있지만, HBM 기술이 고도화되면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다. 일본은 같은 상황에서 규제를 피해갔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미국과 일본의 끈끈한 관계다.
일본은 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실리를 챙겼다. 반면 한국은 시간을 낭비했고, 협상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 그 사이 일본은 반도체 산업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 90조 원 규모의 투자와 AI 기술 확보를 통해, 일본은 과거 플라자 합의의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고 있다.
무엇을 놓쳤나?
사실 이번 뉴스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다. 6월부터 HBM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간 수차례 신호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오를 때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도했다. 그들은 뭔가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 7월에는 중국 기업들이 HBM을 사재기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하지만 우리는 “차이나 러브 코리아”라는 희망 섞인 해석으로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았다.
이런 낙관 속에서 시간은 흘렀고, 준비할 수 있었던 다섯 달은 사라졌다. 이제 와서 우리가 얻은 건 무엇인가? 일본은 IBM과 협력해 반도체 원천 기술을 확보했고, 미국은 일본의 반도체 산업을 키우는 데 적극 나섰다. 한국은? 여전히 제자리다.
반도체 패권 전쟁: 한국의 위치는 어디인가?
미국, 일본, 대만, 중국. 이 네 나라의 역학 관계 속에서 한국은 자주 고립된다. 미국은 일본과 대만을 키우며 중국을 견제한다. 대만은 안보를 담보로 삼고, 일본은 AI와 반도체 기술을 동력으로 삼았다. 그들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도, 협상 카드도 없이 고립된 채로 피해를 떠안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삼성전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한국 경제 전반에 걸친 문제이며, 반도체 기술의 미래를 결정짓는 사건이다. 한국은 앞으로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 일본처럼 실리를 취하고, 대만처럼 안보를 담보로 강력한 협상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미래의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낙오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