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안정과 혼란 사이의 줄타기: 국채 금리 안정은 청신호, 기술주는 발목 잡혀

미국 증시가 또 한 번의 묘한 균형을 보여줬습니다. 상승하는 듯하면서도 무겁게 가라앉은 기류. 국채 금리 안정화라는 긍정적인 신호와 대형 기술주들의 하락이라는 부정적인 소식이 엇갈리면서 투자자들의 심장은 쿵쾅거리기 바빴습니다. 다우 지수는 0.99% 상승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지만, 그 웃음 뒤엔 약간의 찝찝함도 남아 있습니다.

국채 금리의 숨고르기, 미국 경제에 평온을 가져올까?

지난 몇 달간 증시를 짓눌렀던 10년물 국채 금리가 4.3% 아래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에게 숨 돌릴 틈을 줬습니다. 월가의 공포지수라 불리는 빅스(VIX)도 2% 하락하며 비교적 차분한 시장 분위기를 나타냈습니다. 이는 최근 미국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재정 매파 ‘센트’가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재정 적자 축소와 국채 발행 감소가 금리 안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월가의 전망에 한숨 돌리는 모습이지만, 이 안정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엔비디아의 몰락? AI의 대명사에서 하락세로…”

한때 주가 상승의 선두주자였던 엔비디아가 최근 AI 관련 기술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3% 이상 하락했습니다. 엔비디아는 AI 기반의 오디오 생성 모델 ‘푸가토’를 공개하며 AI 기술의 또 다른 진화를 예고했지만, 당장 상용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 시장의 기대감을 꺾었습니다. “우리가 만든 기술은 대단해요. 하지만 좀 기다리세요.”라는 태도가 투자자들의 지갑을 열기엔 부족했나 봅니다.

반면, AI 반도체 시장의 또 다른 강자 아마존은 승승장구 중입니다. 12월에 자체 AI 칩 3세대 모델인 ‘트레이니엄 2’를 출시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는 2% 상승했습니다. 아마존의 이러한 움직임은 엔비디아의 독주를 견제하며,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중국 빅테크의 시련: 57조 원 증발, 무엇이 문제인가?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 그러니까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같은 이름들이 요즘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이 무려 57조 원 증발했습니다. 이유는 뭘까요? 전문가들은 중국 내수 시장의 침체와 부진한 경기 부양책을 주요 원인으로 꼽습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항셍 테크 지수는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며 중국 경제의 위기감을 드러냈습니다. 최근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부동산 세제 완화와 유동성 공급 조치를 내놓았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내수를 살릴 만한 무언가가 없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한 시장 관계자는 단언했습니다.

신흥국 증시, 투자자의 탈출 러시

한편, 신흥국 시장에서는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10월 한 달 동안 신흥국 증시에서 빠져나간 금액이 255억 달러에 달하며 팬데믹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중국과 인도, 라틴 아메리카까지 줄줄이 자금을 잃으며 전 세계 투자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투자자들은 이러한 저점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브라질의 6% 배당 수익률, 대만과 한국의 첨단 기술 기업 보유 등은 신흥국 시장이 여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국제 유가, 금 가격도 요동쳐…중동의 리스크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소식에 국제 유가가 3% 이상 하락했습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 합의가 임박했다는 소식은 에너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금 가격 역시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줄어들며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의 불안정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금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남아있다는 의견도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