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몰락, 경쟁에서 밀려나는 거인?

삼성, 그 이름만으로도 세계를 호령하던 거대한 공룡. 그런데 이 거대한 공룡이 요즘 기운이 빠진 듯 보인다. 한때는 스마트폰 시장을 휩쓸고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를 제패하던 그들이, 이제는 어딘가 기운을 잃고 있다. 그리고 그 기운의 상실은 그냥 단순한 피로감이 아니다. 무언가 근본적인 문제가 그 속에서 끓어오르고 있다.

얼마 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하겠다!”고 외쳤다. 이 한마디는 거대한 야망의 외침이었다. 하지만 그 외침은 마치 메아리처럼 허공을 떠다니고 있을 뿐, 아무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듯하다. 왜냐하면 현실은 참혹하다. TSMC는 이미 삼성의 발밑을 밟고 60% 이상의 점유율로 반도체 왕좌를 지키고 있고, 삼성은 10%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 아무리 힘을 줘도, 아무리 외쳐도 뚜렷한 변화는 없다.

삼성, 왜 이렇게 됐을까?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오랜 기간 압도적인 경쟁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그 시절은 이제 옛말이다.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고객들이 삼성을 떠났기 때문일까? 정답은 복잡하다. 여러 이유가 얽히고설켜 지금의 삼성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서비스 마인드와 기술력의 부족이라는 치명적인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다.

한때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에서 승승장구했다. 특히 스마트폰 부문에서 갤럭시 시리즈는 전 세계 시장을 휘어잡으며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도약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0년대 중반, 삼성은 점점 더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고, 특히 반도체 부문에서 그 격차는 더욱 두드러졌다.

그리고 반도체 시장에서 TSMC는 차곡차곡 올라서고 있었고, 삼성은 그들의 뒤를 맹렬히 쫓아가려 했지만, 그 간극은 점점 더 벌어졌다. TSMC는 애플을 비롯한 주요 고객을 하나씩 가져가면서 더 강력해졌고, 삼성은 기술력에서도 뒤처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은 애플의 고급 제품과 중국 중저가 제품 사이에 끼어버렸다. 샌드위치 신세가 된 것이다.

삼성, 기회를 놓치다
가장 큰 기회는 삼성의 손에서 스르르 빠져나갔다. 엔비디아가 삼성에 접근해 HBM 메모리 개발을 제안했을 때, 삼성은 그 기회를 거부했다. 왜냐고? 그 당시 경영진은 그것이 큰 돈이 되지 않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정은 삼성을 지금의 상황으로 내몰았다. SK 하이닉스가 그 기회를 받아들이고, HBM 개발에 성공하며 반도체 시장에서 새로운 왕좌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삼성은 결정적인 순간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삼성의 경영 시스템은 점점 더 관료화되고, 혁신을 막는 요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과거에는 뛰어난 인재들과 효율적인 시스템 덕분에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들이 자랑하던 시스템조차 무너진 것처럼 보인다.

삼성의 문제는 단순히 기술력의 부족만이 아니다. 그들의 경영 시스템, 인재 활용 방식, 그리고 조직 내 정치적 요인들이 얽히며, 효율적이지 못한 구조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그 결과, 삼성은 이제 반도체 시장에서 2등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AI 혁명, 삼성에게는 기회인가 위기인가?
2022년 11월, 오픈 AI가 ChatGPT를 공개하면서 전 세계에 AI 혁명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 AI 혁명은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었지만, 동시에 더 큰 경쟁을 초래했다.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인프라가 되었다. AI는 모든 디바이스에 스며들고 있으며, AI가 없이는 앞으로의 기술 발전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 AI 혁명에서 삼성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삼성이 이 혁명에서 주도권을 잡기에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AI 기술을 위한 고성능 반도체는 삼성의 경쟁력 하락과 함께, 주요 시장을 잃어버렸다. AI 혁명은 삼성에게 있어 새로운 도약의 기회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잡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오히려 더 큰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미국은 이미 반도체를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AI 기술을 선도하려고 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생산을 자국으로 돌리려 하고 있으며, 삼성도 이를 위해 미국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삼성을 위협하는 것은?
삼성을 위협하는 것은 외부의 적만이 아니다. 내부적인 문제들이 더 크다. 삼성이 자랑하던 ‘관리의 삼성’, ‘효율적인 시스템’은 이제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조직 내에서 정치적 요인들이 개입하며, 중요한 결정들이 지연되고 있다. 과거처럼 전사적인 집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그리고 그 틈을 타서 TSMC와 SK 하이닉스가 더 강력해졌다.

특히 삼성의 반도체 부문은 경쟁사들에 비해 크게 뒤처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한때 압도적이었던 삼성이지만, 지금은 경쟁사들에게 밀리고 있다. 특히 HBM(고대역폭 메모리) 부문에서는 SK 하이닉스가 앞서가고 있으며, 삼성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삼성,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삼성은 여전히 세계적인 기업이다. 그들의 기술력과 자원은 여전히 막강하다. 하지만 그들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더 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삼성의 경영진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들의 노력은 아직 가시적인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영현 부회장은 최근 DS 부문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이는 과거의 삼성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삼성은 과거의 실수를 덮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문제를 인정하고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긍정적인 변화의 신호일 수 있지만, 그 변화가 실제로 삼성의 경쟁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