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의 끝, 대한민국 골퍼들은 이제 ‘호구’인가?

골프, 그곳은 천국일까? 아니면 그저 우리를 괴롭히는 또 다른 유행병일까? 한때 세상에서 가장 고상하고 신사적인 스포츠라고 칭송받던 골프가,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분노의 골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대한민국의 골프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골프장 예약은 전쟁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부킹 사이트를 새로고침하는 사람들이 넘쳐났고, 그렇게 잡은 티타임 하나는 거의 로또 당첨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 호황의 끝은 어떻게 되었을까? 바로 “호구”가 된 대한민국의 골퍼들, 그리고 이제는 그들을 향한 업계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골프는 이제 더 이상 고상하지 않다. 그저 돈만 있으면, 아니 돈이 많으면 즐길 수 있는 운동일 뿐이다. “30만 원!?”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 예전에는 골프장에 가면 공짜 아침을 준다든가, 간식 하나를 서비스로 던져주기도 했는데, 이젠 그게 다 어디로 갔는가. ‘산악 골프장’, 그 이름에 걸맞게 높은 곳에 위치한 골프장의 가격은 우리 마음의 산처럼 가파르게 올라가고만 있다. 코로나 이전의 골프장은 그나마 우리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떠한가? 갑자기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골프를 대한민국에서 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골프카트를 타고, 무려 20만 원짜리 리무진 카트를 타고 있단 말이다. 이게 골프인가, 아니면 럭셔리 자동차 시승회인가?

골프장들이 만들어낸 ‘호구스러운 현실’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젊은 세대, 소위 ‘골린이’라 불리던 그들은 어디로 갔는가? 다시는 그 초록색 잔디 위에서 즐겁게 포즈를 취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 그들은 이미 떠났다. 취미 하나가 생활비의 반을 차지하는 시대는 더 이상 그들에게 설득력이 없다. 친구들과 함께 주말에 골프나 한 번 치자고 모였던 그들이 이젠 “그래, 그냥 캠핑이나 가자”라는 말로 대체된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코로나 때는 골프장이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자유의 땅처럼 보였다. 다른 야외 활동이 금지되었고, 해외여행은 꿈도 못 꿨다. 그래서 모두가 골프장으로 몰려갔다. 그런데 그 호황이 지나가자, 남은 것은 뭔가?

골프장은 갑이고, 골퍼는 을이 된 이 어그러진 관계는 이제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관계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 듯하다. 그린피는 여전히 하늘을 찌르고, 캐디비는 더 이상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리고 우리는 골프장에서 식사를 하지 않기 시작했다. 왜냐고? 가격 때문이다. 한 번의 식사가 운동보다 더 비싸게 느껴지는 그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안 먹어. 그냥 도시락 싸서 갈래.” 이렇게 말하는 골퍼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이 골프장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 돈을 쓸 이유가 전혀 없어진 것이다.

골프장에서 “우리 곧 망할지도 몰라요”라는 메시지를 던지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골프장이 망하는 걸 바라는 골퍼들은 없다. 이 부조리한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그들을 등지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니 골프장과 골퍼들은 이 무거운 공기를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갑질”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이 그만 끝나야 한다. 모든 게 코로나 때문일까? 아니면, 그건 단지 핑계일까?

이제 코로나가 끝났다. 그런데 골프장은 여전히 자신들이 공급에 있어서 갑이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골프장은 그린피를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지만, 그것도 아주 미미하다. 문제는 가격만이 아니다. 골프장과 골퍼들 사이에 쌓인 불신이 문제다. 골퍼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호구 취급받는다고 느끼고 있고, 골프장은 여전히 가격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변함없는 고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골프업계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경영이 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 수요가 많을 때 잠깐 돈을 챙긴다고 생각했지만, 그로 인해 골퍼들과의 관계에 깊은 금이 가버렸다. 분노한 골퍼들은 골프장을 찾지 않기 시작했고, 그들의 숫자는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일부 골프장들은 “우린 자존심을 지킬 거야”라는 태도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그 끝은 어디일까?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그만두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골프는 더 이상 필수적인 운동이 아니다. 비즈니스 목적의 골프나 아니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들은 골프를 외면하고 있다. 골프장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젊은 세대들이 떠난 이유는 단지 돈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더 이상 대접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겪은 비싼 그린피, 비싼 카트비, 그리고 그에 비해 전혀 나아지지 않는 서비스는 그들을 실망시켰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골프는 잠깐이나마 세상의 중심이었다. 모든 이들이 골프장을 찾았고, SNS에는 수많은 골프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했다. 멋진 골프웨어를 입고 사진을 찍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도 빛났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 우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골프장이 망해야 정신 차린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제는 골퍼와 골프장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예전처럼 골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그들이 제공했던 작은 혜택들, 그때의 골프장은 이제 없다. 대신, 우리는 그린피, 카트비, 캐디비 등 모든 것이 비싼 새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골프장들은 하루빨리 그린피를 내리고, 캐디 선택제 같은 유연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골퍼들의 발길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골프장 식당에서 비싼 음식을 먹는 대신,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골퍼들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계속된다면, 골프장은 더 이상 골퍼들에게 사랑받지 못할 것이다. 골퍼들과 골프 업계가 함께 멀리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

“골프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제는 그들의 말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그저 비싼 취미를 버리고 다른 취미를 찾을 뿐이다.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이 어긋난 관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골프는 더 이상 우리에게 기쁨을 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