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 금값은 오르고 소비는 멈췄다

미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다시 떠올랐다. 익숙한 듯 낯선 그 단어는, 금리는 오르고 물가는 높아지며 소비는 움츠러드는, 한마디로 모든 것이 나쁜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지금, 그 조짐이 심상치 않다.

전통적으로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PCE 지수(개인소비지출지수)는 지난 2월 전년 대비 2.8% 상승하며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그런데 같은 시점, 미시간대가 집계한 소비자심리지수는 2년 내 최저치로 떨어졌다. 물가는 오르는데 사람들은 지갑을 닫고 있는 상황. 너무나 익숙한 ‘위기’의 전조다.

시장은 발작적으로 반응했다.
다우 지수는 1.69% 하락했고, 나스닥은 무려 2.7%나 빠졌다. 기술주는 맥없이 무너졌고, 금융주도 두 자릿수 낙폭을 기록했다. 금은 반대로 날아올랐다. 온스당 3,126달러. 사상 최고치다. 이제는 금밖에 없다는 투자자들의 비명이 들리는 듯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시 한번 관세 폭탄을 꺼내 들었다. 협상은 언제나 가능하다면서도 자동차, 의약품, 목재 등 거의 모든 분야를 겨냥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 유럽, 중국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 미국의 고립주의가 또 한 번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특히 이슈가 된 기업은 룰루레몬. 고급 스포츠웨어 브랜드로 잘 알려진 이 기업은 고객들이 이제는 100달러짜리 레깅스를 살지 말지 고민한다는 말을 남겼다. 미국 내 매출은 감소했고, 주가는 14% 급락하며 시장의 불안을 대변했다. 한편, 브리스톨마이어스와 머크는 임상 성과와 신제품으로 상승세를 그렸지만 시장 전체의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AI 열풍으로 주목받았던 코어 위브(CoreWeave)의 IPO는 예상보다 저조한 성과를 거뒀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요 고객사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관심은 차가웠다. 버블 아닌가라는 우려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관세, 금리, 인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전쟁, 소비 둔화, AI 버블…
이 모든 것이 얽혀있는 4월의 시장. 이중에서 진짜 변수는 오는 4일 발표될 비농업 고용지표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트넷(BOA)은 이 지표가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며 10만 명 이상 증가가 없다면 경제 침체를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불안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정부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
시장은 더 이상 스스로 치유되지 않는다 — 무거운 공기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세계 경제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우리가 알고 있던 금융 시장의 질서는 언제쯤 돌아올까
혹시, 돌아오지 않는 건 아닐까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지켜봐야겠다. 아주, 날카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