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3월 소비자 신뢰지수가 92.9. 네 자릿수가 아니고요, 바로 ‘두 자릿수’. 그 숫자가 무엇을 말하느냐. 바로 ‘12년 만의 최저치’라는 신호입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 65.2입니다. 이건 거의 바닥입니다.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수치 아래쪽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증시는 웃고 있습니다. 다우지수는 0.01%지만 ‘상승’했고, 나스닥은 0.46%, S&P500도 0.16% 올랐습니다. 시장은 왜 이런 부진한 지표에도 ‘괜찮은 척’하는 걸까요?
투자자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경제 지표보다 더 중요한 것, ‘트럼프의 입’이라는 것을요.
불안한 입, 흔들리는 증시…그래도 오르는 기술주
이번 주, 시장의 최대 변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언급입니다. 그가 언제 어떤 나라에 얼마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할지 모르는 상황. “자동차엔 며칠 안에 발표할 수도”라는 발언은 투자자들의 심장을 쿵 떨어뜨렸고, 동시에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 완화 기대감은 시장에 기묘한 안도감을 줬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단 하나. 지금의 증시는 지표보다 정치, 경기보다 ‘언행’에 움직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와중에도 테슬라, 애플, 알파벳 등 주요 빅테크 종목들은 상승했습니다. 유럽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3% 상승했고, 애플은 유럽 규제 피하기 성공하면서 1.3% 상승. 알파벳은 자율주행 관련 뉴스에 1.7%까지 상승 마감했습니다.
부자들이 먼저 느낀다, 침몰하는 ‘美호’의 경고음
엘론 머스크는 경고합니다. “미국이라는 배가 부패와 비효율로 가라앉고 있다.” 그의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닙니다. 최근 테슬라 인도량 전망치는 대거 하향 조정되고 있고, 머스크의 정치 활동은 주주들에겐 리스크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5%가 ‘부정적 영향’이라고 답했습니다.
그의 경고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6.4%. 채무는 무려 36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관세라는 ‘세수 장치’를 트럼프가 강화하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단순히 보호무역이 아닌, ‘돈이 필요해서’라는 시각이 시장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선, 미묘하게 바뀐다
유럽은 오히려 환호합니다. 독일 SAP는 시총 기준 유럽 1위로 등극했고, 프랑스와 독일 증시도 1% 이상 상승했습니다. 트럼프의 관세 완화 기대,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 간 ‘흑해 항로’ 휴전 합의 등은 ‘다른 세계’에서는 긍정 재료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반면, 인도는 삼성전자에 9천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일본은 미국 자동차 관세 면제 못 받아 허둥댑니다. 대만의 폭스콘은 아예 미국 공장 신설로 응수합니다. 누가 웃을지, 아직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남는 것, 불안의 무게
이제 투자자들은 물어야 합니다. 시장은 왜 웃고 있는가. 그 웃음은 진짜 웃음인가. 아니면 공포를 감추려는 ‘입꼬리’인가. 지표는 말합니다. ‘사람들은 두렵다’고. 그러나 지수는 말합니다. ‘우리는 괜찮다’고. 이 둘 사이의 괴리,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지금은 아무도 말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라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