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 마디에 테슬라 12% 폭등… 뉴욕증시, 관세 유연성에 환호

‘무역 전쟁’의 칼끝이 둔해지자 시장은 한숨을 돌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유예 가능성 발언 한 줄에, 미국 증시가 오랜만에 ‘일제히 상승’이라는 말로 물들었다.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돌발적인 관세 유연 발언과 현대차의 백악관 대규모 투자 소식에 강하게 반응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 넘게 상승했고, 테슬라는 하루 만에 무려 12% 가까이 뛰어올랐다.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반전이었다. 단지 “의약품, 자동차,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가까운 미래에나 발표할 것”이라는 짧은 언급 하나에, 금융시장은 흥분했고, 알고리즘 매매까지 가세하며 불꽃을 지폈다. 그간 움츠렸던 투자 심리는 이 한 문장에 힘입어 순식간에 되살아났다.

테슬라, ‘자동차 관세 유예’ 기대에 폭등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단연 테슬라였다. “4월 2일, 미국 해방의 날이 될 것”이라는 트럼프의 SNS 발언 이후, 시장은 ‘자동차 관세 부과 유예 가능성’을 핵심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테슬라는 FSD(완전자율주행) 기능의 중국 출시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장중 12% 이상 상승,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주가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현대차도 주목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직접 언급한 “31조 원 규모의 미국 내 투자 발표”가 시장에 깜짝 뉴스로 전해졌다. 글로벌 무역 전쟁이 재점화되는 와중에 한국 기업의 ‘전면 등판’은 미국 정치권과 경제계 모두를 놀라게 했다. 트럼프는 “현대차는 위대한 회사”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차의 부품 협력사인 성우하이텍, SL, 화신 등의 관련주도 국내에서 일제히 상승세를 탔다. 시장은 현대차의 미국 현지 생산 확대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표는 나쁜데, 시장은 웃는다… ‘Bad news is good news’

한편, 이날 공개된 미국의 3월 제조업 PMI 지수는 기준선인 50을 하회하며 ‘수축국면’ 진입을 시사했다. 통상적으로는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지표다. 그러나 시장은 오히려 환호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재차 부각되면서, 이른바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로 작용한 셈이다.

서비스업 PMI는 석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반대 흐름을 보였고, 이는 국채 금리 상승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10년물 금리는 4.34%, 2년물은 4.04%로 상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은 반색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 침체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시장의 오래된 믿음이 다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비트코인도 반응… 긴장과 기회 사이

트럼프가 또 하나의 폭탄 발언을 던졌다. 베네수엘라산 석유나 가스를 수입하는 국가는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중국과 인도를 겨냥한 메시지로 해석됐다. 중동 리스크와 더불어 국제유가는 1%가량 상승했고, 브렌트유는 73달러 선까지 올라섰다.

비트코인도 들썩였다. 스팟 ETF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88,000달러 선을 회복했고, 이더리움도 2,000달러를 넘겼다. 월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지금처럼 관세와 금리 사이에서 시장이 방황할 땐, 대체 자산의 매력이 다시 살아난다”고 말했다.

“이제는 배당주와 가치주다”… ETF 자금 유입 급증

한편, 증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려는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의 고배당 ETF인 SCHD, VYM, JPI 등에는 단 3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유입 자금의 80%가 몰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시티그룹은 “기술주 위주의 랠리는 끝나가고 있으며, 이제는 유틸리티, 헬스케어, 배당주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SCHD는 분기 배당을 제공하면서도 안정적인 대형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장기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관세, 투자자들의 ‘신경전 유발 장치’가 되다

이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시장에 또 하나의 교훈을 남겼다. ‘관세’라는 단어 하나가 수백 조 원의 자금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주가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은 단순한 투자 결정이 아니라, 글로벌 무역 지형도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 테슬라의 폭등도, 단순한 기대감이 아닌 미국-중국-유럽 간 자동차 주도권 싸움의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이다.

트럼프의 말 한 마디, 그리고 그에 반응하는 시장.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투자자들은 뉴스를 새로고침하며 다음 ‘관세 트윗’을 기다리고 있다. 이 전쟁은 숫자가 아니라, 메시지로 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