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GTC, 기대 못 미친 ‘소문난 잔치’… 테슬라·나스닥 동반 급락

미국 증시가 휘청였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주목했던 엔비디아의 GTC 컨퍼런스는 기대에 못 미쳤고, 시장은 실망감에 휩싸였다. 나스닥은 1.71% 급락하며 기술주가 일제히 무너졌고, 테슬라는 5% 넘게 빠졌다. 반면, 국제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며 투자자들의 피난처로 떠올랐다.

GTC 2025, 기대한 ‘한 방’ 없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기조연설은 길었다. 무려 두 시간 동안 AI의 미래, 차세대 GPU, 자율주행, 로봇 등을 언급했지만, 정작 시장이 기대했던 강력한 모멘텀은 없었다. 새롭게 공개된 GPU ‘블랙웰 울트라’, ‘루빈’은 차세대 제품으로서 성능이 향상됐지만, ‘이미 예상됐던 발표’였다.

시장에 던져진 메시지는 명확했다. AI의 스케일은 커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GPU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메시지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반복돼왔다. GM과의 자율주행 협업,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작 루트 N1’ 공개 등의 소식도 나왔지만, 투자자들은 차갑게 반응했다.

GTC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3.4% 하락했다. 기조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기대감으로 출렁였지만, 결국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혹평과 함께 하락세로 마감했다. 기술주의 전반적인 약세 속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총 1위를 탈환했고, 투자자들은 대안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테슬라, ‘중국발 공포’에 5% 급락

테슬라는 하루 만에 5% 넘게 빠졌다. RBC 캐피털이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낮추면서 매도세가 강하게 몰렸다. 하지만 단순한 목표가 하향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비야디(BYD)는 5분 만에 완충 가능한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발표하며 또 한 번 시장을 뒤흔들었다. 테슬라의 중국 시장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불안해졌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나서면서 테슬라의 강점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테슬라는 이미 중국 시장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기술 격차까지 좁혀지면, 향후 실적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시장 전문가는 이렇게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경고음, 금값 ‘고공행진’

한편, 미국 경제 지표는 또다시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2월 수입 물가는 전월 대비 0.4% 상승하며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 주택 착공 건수는 151만 건으로 증가했지만, 건축 허가 건수는 줄어들며 향후 둔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런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더욱 강해졌다. 국제 금값은 온스당 3,040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위험자산을 팔고 금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채 시장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상승했다가 다시 하락했으며, 20년물 국채 입찰도 비교적 양호한 수요를 보였다. 달러화는 강보합세를 유지하며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D-1’ FOMC 회의, 시장의 운명 가를까

이제 시장의 시선은 단 하나, FOMC 회의에 쏠려 있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 하나하나에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

투자자들은 점도표와 경제 전망을 주목하고 있다. 연준이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둘지, 아니면 긴축 기조를 유지할지에 따라 시장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다.

“만약 연준이 예상보다 매파적인 입장을 보이면, 시장은 더 크게 하락할 수 있다. 반대로 완화적인 신호가 나온다면 반등의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월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FOMC 회의 결과는 한국 시간으로 21일 새벽에 발표된다. 투자자들은 긴장 속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엔비디아 GTC의 실망, 테슬라의 급락, 인플레이션 우려가 겹친 시장이 과연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내일 새벽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