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환율을 보면 머리가 아찔해진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1,300원 아래로 떨어질 듯하더니, 지금은 1,400원을 눈앞에 두고 위태로운 균형을 잡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게 도대체 뭐지?”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숫자가 오르는 게 아니다. 수입 물가는 오르고, 해외여행은 언감생심, 자영업자들은 한숨만 깊어진다. 정부가 “환율 방어”를 외치고 있지만, 환율은 눈치 없이 튀어 오르기만 한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환율, 진정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이번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며 달러를 들고 나가는 ‘자본 이탈’ 현상이다. 세계적인 경제 불안정 속에서 우리나라 주식 시장이 안전하게 보이지 않는 탓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니 자연스레 환율은 오르고, 그 속도는 빠르기만 하다. “혹시 환투기 세력들이 환율 상승에 베팅한 게 아니냐?”는 의심마저 불거지고 있다.
한국의 환율 문제는 금리 인상 카드가 약해져 발생한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계속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 한국은 금리를 더 이상 올리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금리를 올리면 대출 부담이 가중되고, 경제성장은 둔화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러다 보니 한국은행은 “진퇴양난”에 빠져있고, 한동안 환율은 하염없이 상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대선도 환율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트럼프가 재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오지만, 만약 예상을 깨고 다른 후보가 당선된다면 환율은 또 다른 방향으로 출렁일 수 있다. “대선 시즌이 오면 미국에서는 돈을 푼다”라는 말이 있다. 대규모 선거자금이 시장에 풀리며 일시적으로 소비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선이 끝나면 풀렸던 돈이 거둬지고, 경제가 다시 침체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 환율도 불안정해진다는 것, 이제는 알 만하다.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계속 팔아치우고,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환율은 더 오른다. 이러다보니 우리가 대응할 카드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과거에는 금리 인상으로 대응했지만, 지금은 경제에 부담이 가중되어 더 이상 쓸 수 없는 카드가 돼버렸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코스피를 올려 외국인들이 다시 들어오게 하자”는 구상도 해봤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요지부동이다. 삼성전자마저도 외국인들의 매도세에 직격탄을 맞으며 시장에서 흔들리고 있다.
반면, 일본은 150엔을 넘나드는 엔화 약세를 방어하며 환율 개입을 준비 중이다. 일본은행은 12월 금리 인상을 고려하면서 “우리는 이제부터 정상화 시작이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친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고, 그렇게 되면 원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엔화 강세가 시작되면 그동안 안정적으로 버티던 일본 경제도 큰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미국 채권 금리도 요동치고 있다. 대선과 더불어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성 속에서 나아가는 이 시기에 한국의 환율 방어는 사실상 손쓸 방법이 없어 보인다.
환율이 폭주하면 국민들의 일상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물가는 당연히 상승세다. 자영업자들부터 시작해 소비자들까지, 줄줄이 한숨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여행을 꿈꾸던 이들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환율의 상승은 그만큼 우리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 문제는 이 상황을 돌파할 해답이 지금은 마땅치 않다는 것. 결국,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모든 부담은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이번 환율 사태는 단순한 숫자 싸움이 아니다. 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환율 상승 속에서 우리는 정부와 경제 전문가들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