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몰락, 이커머스 신뢰 붕괴의 서막

티몬과 위메프, 이 두 거대한 쇼핑몰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세상은 참 빠르다. 어제의 스타가 오늘의 추락자가 되는 건 이커머스의 세계에서 너무나도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저 ‘흔한 일’이라고 하기에는 좀 더 복잡하고 묘한 느낌을 준다. 티몬과 위메프가 무너지는 순간, 우리는 그 무너짐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보고 있는가? 그리고, 과연 쿠팡은 그 뒤에서 웃고 있을까?

티몬과 위메프는 2010년에 등장하며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을 뒤흔들었다. 소셜 커머스,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쇼핑을 하고, 공동 구매로 더 싸게 살 수 있는 꿈같은 혁신이 이뤄지던 시절이었다. 쿠팡은 그 뒤를 따르며 등장했지만, 그들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쿠팡은 아마존 모델을 본뜬 직매입 방식으로 시장을 재편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쿠팡마저도 흔들리고 있다. 그들이 티몬과 위메프의 운명을 피할 수 있을까?

이야기는 티몬에서부터 시작된다. 한때 그들은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상품권을 대량으로 할인해 팔고, 고객들의 손에서 돈을 뽑아내는 그들의 방식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피라미드와 다를 바 없었다. 결국 이 피라미드는 무너졌다. 상품권을 대량으로 발행하며 자금을 돌려막던 그들은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상품권을 산 사람들은 환불을 받을 수 있을까? 티몬이 망한 지금, 누구도 그 돈을 돌려줄 사람이 없다.

그리고 위메프도. 그들 역시 자본 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무리한 할인 공세를 펼치고, 판매자들에게 불합리한 조건을 강요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모두가 망하는 길로 이어졌다. 이커머스의 세계에서 손해를 보며 버티는 건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그런데 쿠팡. 그들은 다를까? 그들도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건 아닐까? 쿠팡은 티몬과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직매입을 통해 제품을 직접 판매하고, 통신 판매자가 아닌 물건 판매자로 법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즉, 문제가 생기면 환불 책임이 그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쿠팡은 안전할까?

쿠팡의 지급 기일이 점점 느려지고 있다는 점을 보면,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셀러들은 60일이 넘도록 대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15년만 해도 37일 만에 지급되던 대금이 60일까지 늦어졌다는 것은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왜 쿠팡은 대금을 늦추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를 유동성 문제로 해석하고 있다. 쿠팡은 물건을 사들이기 위해 현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현금을 바로 지불하는 대신 지급 기일을 늦춤으로써 그 사이에 현금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려고 하는 것이다. 기업이 이런 식으로 자금을 조정하는 것이 합법적일까? 그렇다. 온라인 이커머스 업체들은 대규모 유통법에 따라 통제를 받지 않는다. 이 법은 오프라인 대형 유통업체들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쿠팡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이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은 창업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2024년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나면서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문제는 알리바바와 태무와 같은 중국 이커머스 거인들이 한국 시장에 진입하면서 쿠팡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직접 중국 업체의 공격이 시작되면서 고객들이 단번에 쿠팡을 떠나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1분기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알리바바와 태무가 그렇게 큰 타격을 준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가격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가격을 내리고 있다. 쿠팡은 지금까지 가격보다는 빠른 배송과 편리한 반품 정책으로 승부를 걸어왔지만, 이제는 가격까지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커머스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신뢰이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이커머스를 믿지 않는다. 티몬과 위메프의 몰락, 그리고 쿠팡의 지급 기일 지연 문제는 그 신뢰를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쿠팡이든 알리바바든, 그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이 문제를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그들은 K-메뉴라는 한국 물건만 판매하는 플랫폼을 운영하며, 가격을 대폭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중국의 자본을 바탕으로 엄청난 할인 공세를 펼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한국 시장에서 이익을 보기 어렵다. 그들은 손해를 보고 있다. 하지만 알리바바에게는 한국 시장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중국 시장에서 한국 시장을 장악했다는 프리미엄을 얻게 된다. 이것은 알리바바가 한국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결국 이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은 누가 더 많은 자본을 가지고 버티느냐에 달려 있다. 쿠팡은 물류와 관련된 투자를 계속하고 있으며, 그들의 부채 비율은 400%에 이른다. 한국의 30대 기업 중 가장 높은 부채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쿠팡이 망할 일은 없다고들 하지만, 그들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셀러들이 쿠팡을 떠나 알리바바로 옮겨가고 있는 지금, 쿠팡이 그들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결론적으로, 이커머스 업계는 지금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의 몰락, 쿠팡의 위기, 그리고 알리바바의 공세가 그 변화를 이끌고 있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이 싸움에서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티몬과 위메프의 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 알리바바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 아니면 쿠팡이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이커머스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쿠팡의 자본력과 알리바바의 거대 자본. 이들의 싸움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고객들은 더 이상 어디를 믿어야 할지 혼란에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