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다이아몬드가 무너지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라는 카피로 전 세계 사랑과 사치의 상징이 되었던 천연 다이아몬드는 더 이상 예전처럼 빛나지 않는다. 한때는 사랑과 부를 상징하며 비싼 값에 팔리던 다이아몬드가 이제는 할인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연일 하락하는 가격, 위기에 처한 시장 상황에서 천연 다이아몬드의 몰락은 과연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일까?
천연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1년 사이 최대 29% 급락했다. 다이아몬드 크기나 종류와 관계없이 모든 천연 다이아몬드가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소위 ‘사랑의 증표’로 여겨졌던 1캐럿 다이아몬드마저 가격이 급락하는 추세다. 드비어스(De Beers), 천연 다이아몬드 업계의 선두주자인 이 기업의 위기는 바로 이 급격한 가격 하락을 잘 보여준다. 드비어스의 2024년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6% 감소했다. 그간 독점적인 위상을 자랑했던 이 기업마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영광을 누릴 수 없다는 뜻이다. 드비어스는 급기야 가격을 25% 인하하며 다이아몬드를 ‘세일 상품’으로까지 전락시켰다.
인공 다이아몬드, 급성장하다: 실험실에서 태어난 반짝이는 대안
천연 다이아몬드의 몰락은 인공 다이아몬드의 급성장과 맞물려 있다. 실험실에서 자란 다이아몬드, 소위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또는 랩 다이아몬드(Lab-Grown Diamond)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화학적, 물리적으로 동일하다. 보석 전문가들조차 쉽게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하지만, 가격은 천연 다이아몬드의 절반, 아니 그 이하다.
실험실에서 약 한 달 만에 뚝딱 만들어지는 랩 다이아몬드는 생산 비용이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중 대표적인 기술인 CVD(화학 기상 증착법)는 다이아몬드의 순도와 완성도를 높이면서도 환경 오염, 노동 착취 등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롭다. 최근 세대 소비자들은 환경과 윤리적 가치에 민감하며, 무엇보다 더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인공 다이아몬드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으며,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중이다. 현재 760억 달러 규모의 다이아몬드 시장 중 약 20%, 즉 150억 달러가 인공 다이아몬드의 몫을 차지하고 있다.
천연 다이아몬드와 비교했을 때 인공 다이아몬드는 훨씬 더 저렴하고 생산도 쉬우며, 소비자들에게 윤리적 선택이라는 또 다른 가치를 제공한다. 더불어 천연 다이아몬드에 비해 공급 제한이 거의 없으니, 앞으로도 가격은 꾸준히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천연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반면, 인공 다이아몬드의 성장세는 꾸준히 가파르다.
시장 대응: 천연 다이아몬드의 반격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천연 다이아몬드 업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주요 채굴업자들은 원석의 생산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드비어스는 올해 목표로 잡았던 2,900만 캐럿의 생산량을 2,300만 캐럿으로 줄이기로 결정했으며, 페트라(Petra) 역시 남아프리카에서 채굴한 다이아몬드를 시장에 내놓지 않기로 했다. 페트라는 수만 개의 캐럿 원석을 출하했지만 다시 회수하는 등 가격 방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하지만 랩 다이아몬드의 공급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생산량 감축이 효과를 볼지는 의문이다.
또한 천연 다이아몬드 업계는 과거 마케팅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리얼, 레어, 리스폰시브’로 요약되는 3R 캠페인을 통해 ‘진정성’과 ‘희소성’을 강조하고 있다. 드비어스는 자사의 광산에서 채굴한 1.25캐럿 이상의 모든 다이아몬드에 원산지 추적 서비스를 도입해 소비자들에게 다이아몬드의 진정한 가치를 전달하려 하고 있다. 윤리적이고 투명한 공급망을 강조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공 다이아몬드가 제공하는 ‘저렴함’과 ‘윤리적 소비’라는 장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다이아몬드는 과연 ‘영원할까’?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한때는 이 강력한 마케팅 슬로건이 다이아몬드를 사랑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 상징성도, 희소성도 이제는 빛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다이아몬드가 예전처럼 필수적인 결혼 예물이 아닌, 선택 가능한 장신구로 여겨지고 있다. 한 미국 조사에 따르면, 약혼 반지 예산은 지난 몇 년간 20% 가까이 줄었다. 이는 소비자들이 다이아몬드를 더 이상 사랑과 영원의 상징으로 보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이제 그 고유의 가치와 의미를 지켜내지 못할 위험에 처해 있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예전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 높은 비용과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천연 다이아몬드보다는, 저렴하고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랩 다이아몬드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마치 과거 알루미늄이 금보다 더 비싼 금속이었지만, 생산 기술의 발전으로 오늘날 흔한 캔 재료로 전락했듯이, 다이아몬드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기술 발전과 윤리적 소비라는 흐름 속에서 ‘영원하다’던 천연 다이아몬드의 미래는, 그야말로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해지고 있다.
“과연, 천연 다이아몬드는 영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