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월가에는 훈풍과 돌풍이 동시에 불어닥쳤습니다. 하이테크의 제왕, 엔비디아가 실적을 공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반반 갈렸습니다. 숫자만 보면 좋아 보였습니다. 매출 441억 달러, 주당순이익(EPS) 0.96달러. “우와!” 소리가 나올 수도 있었겠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2분기 가이던스를 보자마자 시장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2분기 예상 매출은 450억 달러 ±2%. 그런데 팩트셋(FactSet) 컨센서스는 459억 달러. 숫자 놀음의 민감한 시장에서는 이게 ‘조정 신호’로 해석되기에 충분했습니다. 투자자들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트럼프가 관세로 시장을 흔들다? “타코 트레이드”의 귀환
그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또 다시 경제 뉴스를 장악했습니다.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들에게 중국 판매 중단 지시를 내렸다는 소식이 월가를 강타했습니다. 케이던스, 시노프시스, 지멘스 EDA…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회사들이 줄줄이 빠지면서, 주가도 급락.
“정치가 기술을 압도할 수도 있다”는 냉소 섞인 말이 떠돌았습니다.
그리고 떠오른 용어 하나. 타코 트레이드.
“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TA-CO: Trump Always COllapses).”
그의 발언에 놀란 시장이 일단 출렁이고, 이내 반등하면서 이를 기회로 삼는 매매 전략이 다시금 회자됐습니다. 전형적인 월가의 밈(meme)이 경제 헤드라인을 점령하는 순간이었죠.
스페이스X, 스타쉽 날리다 떨어지다…그래도 박수?
한편,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도 조용히 있을 리 없었습니다. 차세대 우주선 스타쉽이 텍사스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하지만 임무 완수에는 실패. 뭐, 이제 그러려니 합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며 또 한 번 ‘재사용 로켓’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기술적 진보라고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우주산업의 미래를 향해 날개를 펴는 스타쉽. 크기 123m, 국제축구장보다 길고, 나사 SLS보다 강력한 로켓. 이번 실패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여전히 “달은 간다. 화성도 간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FOMC 의사록 공개…인플레는 식지 않고, 금리는 안 내려오고
마지막으로 미국 연준(Fed). FOMC 의사록을 통해 금리 인하는 아직이라는 시그널을 줬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하고, 고용 시장은 단단하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며, 연준은 당분간 “기다려보기” 모드입니다.
회의록엔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도 언급됐습니다. 관세가 인플레를 자극하고,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 트럼프 시대의 경제 정치가 다시 한 번 그림자를 드리우는 형국입니다.
엔비디아의 실적은 정말로 AI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청신호’였을까요? 아니면, 단지 거품의 전조였을까요?
트럼프의 ‘입’은 시장을 흔드는 무기가 될까요, 아니면 진부한 레퍼토리일 뿐일까요?
스타쉽의 날갯짓은 꿈일까요, 혹은 아직 무거운 현실일까요?
지금 시장은, 숫자만 보아선 안 됩니다. 실적, 기술, 정치, 심리. 이 모든 게 뒤엉켜 ‘읽히지 않는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방향을 읽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