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의 종말? 자민당 참패와 일본 경제 긴축의 시작

일본 경제와 정치에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선거에서 일본 자민당이 예상보다 큰 참패를 당하며, 15년간 이어온 ‘아베노믹스’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들은 생활비 상승과 불평등 심화 속에서 자민당을 강하게 심판했고, 이는 단순히 정권 교체가 아닌 일본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 긴축으로의 변화는 자국 경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도 새로운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의 패배 이유로 비자금 스캔들 등 표면적인 사건이 거론되지만, 그 이면에는 국민들의 커진 경제적 불만이 있다. 아베노믹스는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 일본 경제를 회복시키려 했지만, 물가는 빠르게 오르고 임금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국민들의 생활비 부담이 커졌다. 임금이 제자리걸음하는 동안 집세와 식료품 등 필수 생필품의 가격은 급등하면서, “현대 일본의 빈곤 악몽”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들은 더 이상 참지 못했고, 자민당에 대한 심판은 그들의 분노를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로 나타났다.

자민당 참패로 일본 경제 정책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금융 정상화가 시작됐다”라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암시했고, 이는 일본의 초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금리를 서둘러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리가 인상되면 엔화 강세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는 일본 기업에게는 불리할 수 있으나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국민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수 있다.

일본의 금리 인상은 글로벌 경제에 큰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오랜 기간 동안 초저금리를 유지하며 전 세계적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일본의 저금리 엔화를 빌려 해외에서 투자하는 방식)가 활발했으나,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이러한 자금이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글로벌 자금 흐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며, 일본 금융 시스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자민당의 참패와 더불어, 미국 대선도 글로벌 경제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또 하나의 변수다. 만약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일본은 자신의 경제정책에 대해 미국 눈치를 보지 않고 더욱 독립적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커진다. 트럼프 정권의 재정 적자 확대 정책이 미국 증시에 유동성을 불어넣었다면, 반대로 긴축 재정 기조를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일본과 미국의 경제 기조가 동시에 긴축으로 전환된다면,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파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환율과 물가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금리 인상을 통해 엔화 강세를 유지한다면, 이는 글로벌 투자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은 자칫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고, 일본 은행이 적절한 타이밍에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의 금리 인상과 엔화 강세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경제에도 중대한 파장을 미칠 수 있다. 엔화 강세로 일본 수출품의 가격이 높아지면, 한국과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면 한국의 수출은 유리할 수 있지만, 그만큼 수입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더불어 한국은행 역시 환율과 물가 사이에서 난처한 선택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서둘러 긴축으로 전환할 경우, 금리를 급격히 인상했다가 다시 인하해야 하는 이른바 ‘샤워실의 바보’ 상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즉, 경제 회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금리를 인상했다가 경기 위축으로 돌아설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 경제 전체에도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만약 일본이 시기적절하게 긴축을 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뒤따라간다면, 자산시장에도 부담을 주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자민당 참패로 촉발된 일본의 경제 정책 변화는 일본 내에서의 경제 구도를 바꿀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도 영향을 줄 중대한 전환점이다. 아베노믹스가 지나간 자리에는 새로운 경제 긴축 시대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과 미국의 경제 정책 전환이 아시아와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할 시점이 된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은 이제 일본과 글로벌 경제의 변화를 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다.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금리가 인상되면, 이제 일본은 더 이상 아베노믹스 시절의 일본이 아닌, 변화된 경제 체제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