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음원 시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멜론, 지니, 플로 같은 토종 플랫폼들이 대장 노릇을 하던 시장에 유튜브 뮤직이 침투한 것도 모자라, 스포티파이까지 가세해 무료 요금제로 판을 뒤집으려 한다. 소비자들은 대혼란 속에서 어느 플랫폼을 써야 할지 고민하고, 플랫폼들은 눈에 불을 켜고 경쟁하는 이 모습, 그야말로 왕좌의 게임을 방불케 한다.
먼저, 유튜브 뮤직은 이미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며 멜론을 제치고 선두로 나섰다. “멜론? 트로트나 아이돌밖에 없어! “라고 외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유튜브 뮤직의 점유율은 날이 갈수록 올라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스포티파이가 기습적으로 ‘광고 기반 무료 요금제’를 들고 나오며 “한국 시장도 우리가 먹겠다!” 선언했다. 한바탕 큰일이 일어난 셈이다.
이게 왜 큰일이냐고? 이건 단순한 서비스 경쟁을 넘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직접 목격한 역사의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무료로 음악을 듣는다?” 누군가는 “그거 유튜브에서나 가능하지 않나? “라며 의문을 품겠지만, 스포티파이는 과감하게 “광고 보면 돼!”라고 외쳤다. 이 서비스, 해외에서는 이미 익숙한 시스템이다. 스포티파이, 유튜브 뮤직은 광고 기반으로 음악을 무료로 제공하고, 그 수익으로 저작권료를 내는 구조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게 안 통했다. 왜일까?
한국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매우 강하다. “음악은 창작자의 땀과 눈물이 담긴 소중한 산물”이라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그래서 무료로 음악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상당한 저항에 부딪힌다. 과거 삼성이 내놨던 음원 플랫폼 ‘밀크’도 이 때문에 쓸쓸히 퇴장했다. 하지만 시간이 변하고, 시장은 커지고, 이제는 광고 수익으로도 충분히 저작권료를 지불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스포티파이가 다시 도전을 건 것이다.
하지만, 저작권 협회의 입장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그들이 우려하는 것은 플랫폼이 힘을 얻어 저작권자들을 압박할 가능성이다. “처음에는 저작권료 잘 주다가 나중에는 힘세진 플랫폼이 ‘우리 돈 좀 깎아줘’ 하면 어떡하냐”는 것이다. 사실 이런 걱정은 과거 사례들에서 비롯됐다.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수익성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CPC(클릭당 비용)나 CPM(노출당 비용) 같은 광고 지표들은 음악 플랫폼의 수익 구조를 충분히 안정시키지 못했다. 그런데도 스포티파이는 왜 다시 도전장을 내민 걸까?
첫 번째 이유는 광고 시장의 변화다. 코로나19 이후로 전통적인 TV 광고 시장이 무너지고 디지털 광고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들이 광고 수익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한 것처럼, 이제 음악 플랫폼도 광고만으로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K-pop의 글로벌 성장이다. 과거에는 한국 음악 시장이 작았지만, 이제는 전 세계 팬들이 한국 음악을 듣고 있기 때문에 광고 수익도 그만큼 늘어났다. 광고주들이 “K-pop 좋아하는 전 세계 팬들에게 광고를 걸겠다!”며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포티파이의 등장은 한국 음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토종 음원 플랫폼들은 지금 굉장히 긴장하고 있다. 유튜브 뮤직만으로도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데, 스포티파이까지 무료 요금제로 진입하면 그야말로 대혼란이다. 특히 SK텔레콤의 ‘플로’나 KT의 ‘지니’ 같은 결합 상품 플랫폼들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소비자들은 “왜 토종 플랫폼만 쓰면 아이돌 아니면 트로트밖에 없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음원 차트 조작, 사재기 논란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한편, 유튜브 뮤직은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라 스포티파이의 무료 요금제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튜브 뮤직은 기본적으로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와 결합되어 있어 소비자들이 광고 없이 동영상을 보기 위해 프리미엄을 구독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도 이용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게 또 문제가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유튜브가 “음악과 동영상을 끼워 팔기 하고 있다”며 조사에 나섰다. “동영상만 보려는 사람들도 음악 요금을 지불하게 만드는 건 불공정한 행위”라는 것이다. 유튜브가 동영상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넘기 때문에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모든 논란의 중심에는 결국 소비자가 있다. 한국 소비자들은 이제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그 폭이 넓어질수록 혼란도 커지고 있다. “토종 플랫폼을 써야 애국이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음질 좋고, 광고 적고, 내가 듣고 싶은 노래가 많은 곳을 쓸래”라는 실용적인 입장이다. 게다가 유튜브 뮤직이나 스포티파이는 한국 음악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작권 협회도 이제는 이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 시장에만 집중했지만, 이제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한국 음악을 전 세계에 퍼뜨리는 게 더 이익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토종 플랫폼들이 모두 패배할 운명인 것은 아니다. 그들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AI 기반 음원 추천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글로벌 음악과의 협력을 확대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얻으려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음악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이 그들의 숙제다.
결국, 한국 음원 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토종 플랫폼들이 스포티파이와 유튜브 뮤직의 공격을 이겨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