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적막을 깨고 등장한 미국 연준의 결정은 한마디로, ‘폭풍 전야’ 같았다. FMC 회의 결과는 예고된 듯, 그러나 그 무게는 여전히 묵직했다. 0.25%의 베이비 컷? 작아 보이지만, 그것이 가져올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무대는 정해졌다. 글로벌 경제의 무대에서 이 작은 조정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제 모두가 질문한다. “연준, 어디로 가려는 거야?” 파월 의장은 긴장 속에서 천천히 말을 꺼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의 끝을 잡고 미로 속을 헤매는 느낌이랄까.
‘피벗의 시대’라고 했다. 이 단어가 주는 긴장감은 무엇인가. 선장이 거센 물결을 타고 배를 돌리려 할 때, 그 순간의 아슬아슬함을 아는가? 이때 속도가 너무 빠르면 배는 위험하고, 너무 느리면 목표에서 멀어진다. 파월의 말이 그랬다. “설정된 코스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발언은 시장에 일렁임을 주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고, 데이터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파월이 던진 이 한마디는 앞으로의 시나리오에 수많은 변수를 집어넣었다.
물가와 고용,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연준의 사투는 마치 정글 속 사냥꾼 같다. 실탄은 많지 않고, 목표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물가 안정은 불안하게 다가가고, 고용은 조금씩 식어간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파월은 어떤 카드를 꺼내야 할까? 답은 쉽지 않다. 한쪽을 더 챙기면 다른 쪽이 소리 없이 무너질 수도 있다. 피벗의 시대는 그야말로 줄타기다. 한 발짝만 잘못 내디뎌도, 균형은 무너진다.
세계 각국이 이 금리 인하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영국, 스웨덴, 유로존, 그들 모두가 경계를 허물고, 각자 다른 길에서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듯 보인다. 영국은 잽싸게 금리를 내리고, 캐나다도 따라잡으려 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한 발 내딛음이 중요한 것이다. 과감하게? 신중하게?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한다.
눈에 띄는 점은 성명서다. 작은 문장 몇 개가 변했다. ‘완전 고용’이란 단어는 희미해졌고, 대신 ‘냉각’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냉각’은 어떤가. 그 단어는 의미심장하다. 연준이 더는 고용 시장에 대해 절대적 자신감을 갖고 있지 않음을 암시한다. 자신감은 줄어들고, 신중함은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게 문제다. 이 작은 문장 하나가 말해주는 게 너무 많다.
투자자들은 어쩌면 연준의 결정에 익숙해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파월의 말과 성명서의 변화가 미묘한 신호를 던졌다. 연준은 이제 그냥 금리 인하를 반복하는 게 아니라, 그 속에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마치, 한 번의 숨결로 천천히 문장을 쓰듯이.
정치적 관점도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과 그가 던진 커다란 그림자. 일부는 그 그림자가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정치적 금리 인하’라는 해석이 맞다면, 작은 베이비 컷은 그에 대한 회피였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