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미소인가, 혹은 진짜 변화인가?”
글로벌 증시가 오랜만에 웃었다. 무려 ’90일간 딱 석 달 동안’ 미국과 중국이 상호 관세를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시장은 환호했고, 투자자들은 깜짝 놀랐고,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젯밤 뉴욕의 차트는 붉은빛이 아닌, 화려한 녹색 물결로 물들었다. 다우 지수는 무려 2.81% 급등, 나스닥은 4.35%, S&P500도 3.26% 상승하며 “지금이 매수 찬스냐”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관세 인하가 이렇게 반응을 끌어낼 줄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아마존은 8% 급등, 애플은 6% 상승. 테슬라는 6% 치솟았다. 시장이 춤췄다.
하지만 이건 정말 “휴전”일까? 아니면 또 다른 전쟁을 위한 숨 고르기?
이번 합의, 사실 보면 단순하다. 미국은 대중국 관세를 기존 145%에서 30%로, 중국은 대미국 관세를 125%에서 10%로 낮췄다. 단 90일간이다. 스위스에서 만난 양국 대표단은 포토타임을 가졌고, 악수는 길었다. 그런데 그 악수 뒤 그림자는 여전히 묵직하다. 관세는 줄었지만, 신뢰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국은 “상호 존중의 결과”라고 말했지만, 동시에 국가 방송에 ‘미중 우정’ 영화를 긴급 편성했다. 홍보전의 냄새가 난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은 약값까지 인하하겠다며 또 하나의 폭탄을 던졌다. 백악관에서는 약값을 최대 90%까지 낮출 수 있다는 행정명령이 발표됐다. “미국이 드디어 공정한 약값을 받게 될 것”. 그러나 현실은 복잡하다. 의약계는 반발했고, 일부에서는 “이건 쇼에 불과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시장 분석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건 반짝 상승일 뿐,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ING는 2018년의 악몽을 상기시킨다. 그때도 휴전은 있었다. 그러나 곧 이어진 건 협상 결렬과 추가 관세였다.
게다가 이번 합의에는 핵심 이슈가 빠져 있다. 히토류 수출 제한, 비관세 장벽, 지재권 문제 등은 어디에도 없다. 시티은행은 “양국이 원하는 건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미국은 여전히 무역적자 해소를 1순위로 둔다. 중국은 분위기를 띄우며 “우리가 이겼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기대에 먼저 반응한다. ETF는 일제히 상승, 반도체주는 5~7%대 급등, 유가는 1% 오르고, 금은 3% 떨어졌다. “안전자산보다는 위험자산”이라는 판단이 우위를 점한 듯하다.
그렇다면 질문. 이번 합의,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배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번 합의는 트럼프 경제 전략의 결실”이라며 자화자찬을 했고, 트럼프는 “시진핑과 곧 통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구체적 이행 방안에 대해선 말 아꼈다. 기자들이 질문을 던졌지만, 돌아온 건 “공동성명에 다 담겼다”는 반복된 대답뿐이었다.
그러나 시장은 냉정하다. 기대는 있지만, 기대만으로 오래 가지 못한다. “관세는 아직 협상의 카드일 뿐이며, 미국은 여전히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두고 있다.”는 게 오늘 미국 투자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결국, 90일 후, 우리가 다시 보게 될 뉴스 헤드라인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지금은 다만, 시장이 행복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