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모듈원자로(SMR). 일상에선 생소할지 모르지만, 지금 이 단어는 에너지 시장에서 가장 핫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들이 경쟁적으로 SMR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공지능(AI)이 가져온 폭발적 전력 수요와 함께, 에너지 혁신의 해답이 SMR에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SMR: 작은 크기, 큰 꿈
SMR, 말 그대로 작고 모듈화된 원자로를 의미합니다. 기존 대형 원전의 발전 용량을 약 1/5 규모로 줄이되, 발전 효율성이나 안전성은 오히려 향상된 형태인데요. 빅테크 기업들이 SMR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점에서 출발합니다. 모듈화된 설계 덕분에 공장에서 미리 조립한 후 현장에 배치하기만 하면 되어 건설 속도가 빠르고 비용 절감 효과가 큽니다.
또한, SMR은 기존의 거대하고 복잡한 원전과 달리 안전 설계가 한층 강화되어 있습니다. “피동형 안전 설계”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은 인간의 개입 없이도 원자로가 스스로 냉각되고, 셧다운까지 자동으로 이루어집니다. 다시 말해, 원자로 내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공기 대류로 열을 식혀 사고를 방지하는 구조입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만큼, SMR은 대형 원전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빅테크의 선택, SMR이 필수 에너지원으로 떠오르다
에너지와 기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빅테크 기업들은 전력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SMR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AI와 데이터 처리가 증가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는 급증했고, 이로 인해 전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리쇼어링(해외에 나가 있던 공장을 자국으로 돌리는 것)과 AI 기술 개발이 맞물리면서 에너지 소비가 전례 없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빅테크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클린 에너지원 가운데 SMR은 유연성, 신속성, 확장성에서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대형 원전과 달리 하천이나 바닷가 인근이 아니어도 설치가 가능해 도심이나 산업단지 가까운 곳에 빠르게 배치할 수 있고, 필요한 만큼 모듈을 추가해 전력 공급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 덕분에 태양광, 풍력 등과 비교했을 때 전력 공급이 훨씬 안정적이며, 탄소 배출이 적어 빅테크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데도 이상적입니다.
실제로 아마존은 미국의 SMR 개발업체에 약 7천억 원을 투자하며 향후 SMR을 에너지원으로 도입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AI와 데이터센터 운영의 필수 에너지로 SMR을 고려 중입니다.
K-SMR, 한국의 기술과 세계 시장 진출 가능성
한국도 이 새로운 에너지 흐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원전 산업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만큼, SMR 기술 개발에 있어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형 SMR의 초기 시뮬레이션 센터를 설립하고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등 정부 차원의 투자와 육성책이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강점은 바로 “빠르고 효율적인 시공”입니다. 세계적인 경쟁력과 낮은 시공비, 체계적인 애프터서비스로 원전 수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체코와 베트남은 향후 에너지 수요와 경제 성장으로 인해 SMR 도입 가능성이 높습니다. 체코의 경우, EU 규제와 탄소 중립 목표에 부합하는 원자력 발전 도입이 절실하며, 한국 원전의 안정성과 경제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베트남 또한 경제 성장이 빨라지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태양광이나 풍력으로는 전력 공급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체코, 베트남 시장에서 SMR 수출을 확대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SMR이 그리는 미래, 그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물론 SMR이 현재로서는 초기 기술 단계에 있으며, 상용화까지는 시간과 기술적 완성이 더 필요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SMR이 기술적으로 보완될 부분이 많고, 상용화는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신중한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빅테크와 에너지 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SMR은 향후 전력 산업을 이끌 핵심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결국 SMR은 단순한 전력 공급원을 넘어, AI와 전력 산업의 융합에 따라 미래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빅테크가 선택한 새로운 심장, SMR이 앞으로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