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냐, 재정 파탄이냐…트럼프發 ‘빚폭탄’ 경고음 커진다

“감세는 정의인가, 착각인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 그 중심에는 또다시 ‘감세’가 있다. 2017년 대규모 감세안의 연장을 골자로 한 이번 법안은, 미국 재정의 ‘지뢰밭’을 밟고 말았다. ‘국민 세금 줄여드립니다’라는 외침 뒤에는 1조 달러가 넘는 적자라는 피비린내 나는 숫자가 숨어 있다.

감세, 감세, 그리고 또 감세…
트럼프는 감세를 다시 들고 나왔다. 개인 소득세 인하, 팁 소득 면세, 국산 자동차 구매 시 대출 이자 공제 등이 그 핵심이다. 얼핏 보면 중산층을 위한 ‘달콤한 약속’처럼 보이지만, 이 약속의 대가는 만만치 않다.

예산은 무한하지 않다. 감세의 빈틈은 사회복지 예산 삭감으로 메운다는 게 트럼프 캠프의 계산이다. 메디케이드, 저소득층 의료 지원 등 가장 연약한 계층이 타깃이다. 세금은 줄고 복지마저 줄어드는, 이중의 칼날이 작동하는 셈이다.

재정은 이미 비명을 지르고 있다
2025 회계연도 초 기준, 미국의 재정 상태는 아찔하다. 누적 재정 적자는 1조 1,500억 달러.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규모다. GDP 대비 적자 비율도 6.2%로, 50년 평균의 두 배를 넘어섰다.

감세안이 통과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미 의회 공동조세위원회는 향후 10년간 3조 8천억 달러의 추가 부채를 경고했고, 토당적 정책센터는 5조 3천억 달러로 추정했다. 이는 미국 GDP의 1.5%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월가, 국채, 그리고 ‘셀 아메리카’
감세안은 금융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5%에 육박했고, 10년물 국채 금리는 4.5%를 넘겼다. 시장에서는 이른바 ‘채권 자경단’이 등장했다. 정부가 부채를 늘리면 시장이 금리를 올려 응징하는 구조다.

미국 자산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셀 아메리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달러 가치가 흔들리고, 미국 증시는 금리 부담에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가 커지면서 금, 비트코인 등의 가격이 급등했다.

의회는 난장판, 공화당도 두 쪽
하원 예산위원회에서 감세안은 치열한 논쟁 끝에 가까스로 통과됐다. 1차 표결은 부결, 2차 표결에서 17:16으로 통과됐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강경파는 지출 삭감이 부족하다고 반발했고, 온건파는 사회복지 축소에 반대했다. 트럼프는 반대 의원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법안은 아직 하원 본회의와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와 공화당의 대선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세계는 지켜보고 있다
감세안 논쟁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 국채 금리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유럽은 미국의 재정 불안정성에 대한 경계심을 강화하고 있다. 달러 프리미엄이 흔들리며, 투자자들은 점차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비트코인은 10만 9천 달러를 돌파했고, 금은 3,300달러를 넘어섰다. 세계는 ‘미국 리스크’를 실시간으로 체감 중이다.

트럼프는 말한다. “감세는 경제 성장의 불씨”라고.
하지만 숫자는 말한다. “그 불씨는 재정 파탄의 불길이 될 수 있다”고.

세금을 줄이는 일, 듣기에는 아름답다. 하지만 그 대가는 누구에게 청구될까.
다음 세대일까. 아니면, 지금 병원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일까.

감세는 결국, 선택의 문제다. 우리는 지금, 미국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저울 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