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 한 점, 이제는 정치 이야기부터 하고 먹어야 할 시대가 왔습니다.”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를 돌파하고, 테슬라가 인도 진출에 시동을 걸며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사이—전 세계 소비자들의 장바구니에는 아주 조용한 불청객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트럼프 관세 2.0’.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등판을 외치며 ‘미국 우선주의’를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그는 “우린 손해 본 게 없다”며 고율 관세 재시행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습니다. 겉보기엔 단순한 ‘무역 규정’일지 모르지만, 실상은 여러분의 저녁식탁과 아이의 생일선물, 콘서트 티켓까지 뒤흔들고 있습니다.
무역 협정? 정말로 ‘좋은 뉴스’일까?
최근 미국과 영국이 체결한 포괄적 무역 협정은 언론에서 ‘역사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보도됐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정성과 상호주의에 기반한 첫 합의”라며 힘주어 말한 이 협정은 겉으로 보자면 철강·알루미늄 관세 완화와 디지털세 조정, 그리고 보잉 항공기 수출 확대 같은 ‘득과 득’의 조합입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영국은 미국 빅테크에 디지털세 양보를, 미국은 영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인하했지만—문제는 ‘영국만’이라는 데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여전히 관세 보복을 검토 중이고, WTO 제소까지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관세 전쟁이 한 나라를 넘어서 전선을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초밥값이 오르는 이유, 물가만이 아니다
이 모든 국제정치 경제의 변화가 실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감이 잘 안 오신다고요? 다음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연어와 성게알이 수입 원재료인데, 관세가 붙으면 식당은 재료비를 전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더 비싼 초밥을 먹게 됩니다.
아이스크림에 뿌려 먹던 스프링클, 단순한 토핑이었지만 관세 한 줄로 가격이 20% 가까이 오릅니다.
닌텐도 스위치나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게임 콘솔도 대부분 중국산. 트럼프식 관세가 부활하면, 이 연말엔 ‘게임기=금값’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주가는 올랐지만, 마음은 무겁다
비트코인은 다시 10만 달러를 돌파했고, 테슬라는 3% 상승했습니다. AI 안경부터 로보택시까지… 기술은 미래를 향해 달려갑니다. 하지만 그 미래를 사는 건 소비자인 ‘우리’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보이지 않는 세금에 조용히, 아주 천천히 압박받고 있습니다.
JP모건은 “이번 협정의 실익은 제한적이며, 영국의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블룸버그는 “FTA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보도했고, RBC 캐피탈은 “트럼프식 관세 부활은 소비 심리에 직접적인 타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어쩌면 시장은 반짝 웃고 있지만, 웃음 뒤편에서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이런 것이 아닐까요?
“지금 우리 식탁 위에 올라오는 연어초밥, 이건 얼마짜리 정치쇼의 부산물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