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발 금융 드라마가 다시 한번 막을 올렸습니다. 이번 주 글로벌 금융시장의 화두는 단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였습니다. 관세, 인플레이션, 중동 리스크, AI 반도체, 그리고 로봇까지… 모든 것이 얽히고설킨 혼돈의 장이었습니다.
“유연성(flexibility)” 단 하나의 단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짧고 굵은 한마디를 남겼습니다. “관세는 유연할 수 있다(Flexibility on tariffs).” 단 이 한 문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 한마디가 시장을 반등시켰습니다. S&P500 지수는 장 마감 5분 전 극적으로 상승 전환에 성공했고, 나스닥과 다우 역시 약세장을 지우고 상승 마감했습니다. 트럼프의 말 한마디가 수조 원의 자금을 움직이는 시대, 여전히 그는 ‘시장 저격수’로 군림하고 있었습니다.
투자자들은 반색했지만, 동시에 불안해했습니다. 유연성이라는 말이 ‘완화’를 뜻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예측 불가능’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시장에서 가장 싫어하는 두 글자, ‘불확실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 침묵을 깨다… 직원 회의는 밤 10시까지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도 조용히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직원 전체 회의를 긴급 소집한 그는, 전 직원들에게 주식을 팔지 말 것을 당부하며 테슬라의 미래를 다시 그려 보였습니다. 그 자리는 단순한 브리핑이 아니었습니다. 밤 10시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그는 로봇, 자율주행, 항공택시까지 꺼내며 테슬라의 다음 단계를 암시했습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테슬라 주가는 5.27% 급등하며 급락의 흐름을 끊어냈습니다. 하지만 진짜 뉴스는 이면에 있었습니다. 회계 장부에서 사라진 약 14억 달러의 행방, 급격히 줄어든 소비자 구매 의향, 급증한 중고차 매물 비율. 머스크가 회의에서 어떤 꿈을 이야기하든, 시장은 숫자를 잊지 않습니다.
글로벌 정세, 모두가 불안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교전은 또 다른 불안 요소였습니다. 4개월 만에 휴전을 깬 이 교전은 중동 지역의 긴장을 한껏 끌어올렸고, 원유 가격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브렌트유는 72달러 선까지, WTI는 68달러대로 올랐습니다. 이란과의 긴장도 재점화되며 향후 유가 방향성은 지정학에 달렸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유럽 증시는 히스로 공항 정전, 경제지표 부진, 지정학 리스크의 삼중고에 시달리며 줄줄이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독일은 793억 유로 규모의 부양책을 사실상 확정지었지만, 시장은 싸늘했습니다.
AI 반도체, 성장? 아니면 마진의 함정?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는 전 세계 반도체 주가에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는 여전했고 매출은 예상치를 상회했지만, 마진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습니다. ‘외형은 좋지만 이익은 줄었다’는 메시지는 AI 붐의 이면을 보여주었습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얼마나 많이 파느냐’에서 ‘얼마나 많이 남기느냐’로 옮겨가고 있었습니다.
엔비디아, 마벨, 러빈…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AI 대표주들 역시 같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기술력은 최고지만, 기대치는 더 높기 때문입니다.
한국, 트럼프 관세의 ‘표적’ 될까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재개될 조짐을 보이며 한국은 다시 긴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한국의 평균 관세가 미국보다 4배 높다며 수차례 불만을 표한 바 있습니다.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이 관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특히 자동차 섹터의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편 블룸버그는 4월 2일 예정된 관세 발표에서 일부 품목은 제외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제외 대상에 한국이 포함될 것이라는 낙관은 아직 이릅니다. “모든 것은 트럼프의 기분에 달렸다”는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불확실성 속 빛나는 몇 줄기
시장에 불확실성이 가득한 와중에도 희망은 존재했습니다. JP모건, 골드만삭스, 시티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원유, 반도체, AI 분야에서 기회를 언급했고, 특히 AI 생태계를 선점한 기업들은 여전히 매수 포지션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마진이 회복되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오늘 아침, 다시 글로벌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연준 인사들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시장은 불안정한 목소리를 감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누가 정답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글로벌 증시는 여전히 예민하고 날카롭습니다. 한 문장, 한 트윗, 한 표정이 수천억 원을 흔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그들은 말했습니다. “경제 상황은 불확실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단 하나입니다. 유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