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예상된 결과였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출렁였다. 경기 불확실성은 커지고, 인플레이션의 그늘은 여전했다. 연준의 신중한 태도는 시장에 안도감을 줬지만, 동시에 더 큰 의문을 던졌다.
연준의 선택: 동결, 그리고 신중한 인하 전망
이번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4.25~4.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예상과 일치했다. 다만 연준 위원들이 점도표를 통해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금융시장은 새로운 계산에 들어갔다.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은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고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2.7%로 상향 조정됐고,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1%에서 1.7%로 낮아졌다. 이는 연준이 경기 둔화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연준이 양적 긴축(QT)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힌 부분이다. 기존 월 250억 달러 규모의 국채 상환 한도를 50억 달러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의 유동성을 조금 더 확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시장의 반응… 주식, 암호화폐, 금값까지 ‘랠리’
연준의 발표 이후 미국 증시는 급등했다. 다우지수는 0.92%, S&P500은 1.08%, 나스닥은 1.41% 상승 마감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 등이 일제히 상승하며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암호화폐 시장도 반응했다. 비트코인은 3% 이상 상승하며 8만5000달러를 회복했고, 이더리움은 6.8% 급등했다. 여기에 더해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리플(XRP) 소송을 철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리플은 한때 14%까지 폭등하기도 했다.
원자재 시장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감지됐다. 금값은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3,060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다는 방증이다.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금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 “우리도 가만있지 않겠다”… 철강 보호 무역 강화
연준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유럽연합(EU)은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4월부터 철강 수입을 15% 감축하겠다는 강력한 조치를 발표했다. 유럽 철강업체들이 중국·인도·캐나다 등으로부터 저가 철강이 유입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EU 집행위원회는 “미국이 철강 관세를 부과하면서 글로벌 철강이 유럽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에 대한 대응책이면서, 동시에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도 볼 수 있다.
이와 동시에 EU는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구글이 검색 결과에서 자사 서비스를 우대한 혐의로 과징금 경고를 받았고, 애플은 타사 기기와의 연결을 강제하도록 명령받았다. 이에 대해 애플은 “혁신을 방해하는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부분 휴전 실무 회담 진행”
국제 정세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감지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에 합의하고 실무 회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화 후 “전쟁을 끝내기 위한 첫 단계로 에너지 및 민간 시설 공격 중단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력망과 원자력 발전소 운영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으며,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추가적인 방공 시스템 지원을 논의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전쟁 종식의 실질적인 움직임으로 볼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할지는 미지수”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
현재 시장의 관심은 연준의 다음 움직임에 집중되어 있다. 5월 FOMC 회의에서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83%로 점쳐지고 있지만, 6월부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가운데, 유럽과 미국의 대립이 경제에 미칠 영향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암호화폐 시장의 회복세가 지속될 것인지, 금값 상승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도 중요한 변수다.
하나 확실한 점은, 지금 시장은 연준의 결정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제는 여전히 안갯속을 걷고 있다.